부동산 중심 금융구조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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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5-17호(통권 154호)
작성자: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이윤수 교수
요약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신용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2024년 말 기준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신용이 1,932조 원(민간신용의 약 50%)에 이르고, 가계부채 1,900조 원 중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되는 등 금융의 프로사이클 취약성이 고착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① 주거·노후자산 선호와 전세대출 확대 등 가계 수요 요인, ② Basel Ⅲ 위험가중치 체계에서 주담대 대비 기업대출의 자본비용이 높게 설정된 공급 유인에서의 불균형, ③ 경기둔화기 반복된 LTV·DTI 완화 등 정책 순응성이 결합한 결과이다. 2014~2024년 사이 부동산 신용은 약 2.3배 확대되고, 금융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404조 원으로 비은행권 비중이 50%를 상회하며 PF 익스포저(363조 원)의 절반가량이 비은행에 몰려 리스크 전이 경로가 다층화되었다. 민간신용/GDP가 임계치를 넘으면 성장 기여가 음(-)으로 전환한다는 한국은행의 증거에 비추어, 한국은 과잉신용 구간(약 202%)에 진입해 신용이 생산성 제고보다 자산가격·부채상환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담보 중심 포트폴리오가 기술·성과 기반 여신의 확산을 지연시키고, 통화정책은 실물투자 경로보다 부동산가격 경로로 파급되어 금융안정 리스크를 증폭한다. 규제 측면에서 LTV는 강화 시 신용대출 우회(‘영끌’)를, 완화 시 고가·수도권 중심 대출 급증을 유발했고, 지역·가격별 차등규제는 형평성과 일관성을 훼손하며 규제지역→비규제지역 풍선효과→규제지역 재집중의 역조정을 반복했다. 부동산 집중의 해법은 총량 억제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1) RWA 재조정을 통해 기업대출 자본비용을 낮추거나 주담대 RWA를 현실화하고, (2) EU 사례의 SME Supporting Factor를 도입해 중소기업 여신의 자본요건을 경감하며, (3) 신규 주담대 중심의 부문별 SyRB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4) 은행 위탁보증 확대와 장기 보증의 민간 전환경로 설계로 신용중개 기능을 복원하고, (5) 국가 통합 SCF 플랫폼과 B2B 전용 인터넷은행·AI 신용모형을 도입하여 데이터 기반 공급망금융을 확산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담보→성과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성과연동대출·기술금융·벤처대출 확대)이 금융의 수익성–안정성–생산성 균형을 회복하고, 부동산에 갇힌 신용을 생산과 혁신으로 재배분하는 최소조건이다. 규제의 강약을 조절하는 단기적 경기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자본의 ‘방향’을 바꿔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담보 중심의 금융을 기업성과와 기술기반의 금융으로 전환할 때, 한국 금융은 다시 성장의 엔진으로 복원될 것이다.